[내향인으로 살아남기]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기는 일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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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송유정 기자]
"줴이미~ 장난감 던지지 않아요~ 돈 두 댓!"
여유롭고 우아한 말투로 아이를 달래고 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아이의 학원 라이딩을 하는 제이미맘의 유명한 대사다.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라는 제목만 보면 공영방송에서 하는 다큐 프로그램인가 싶겠지만, 코미디언 이수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의 인기 영상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완벽한 현실고증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이수지는 유명 브랜드의 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교양 있는 말투를 쓰며 자녀 교육에 열중하는 특정 지역 엄마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그뿐만이 아니다전세자금대출서류
. 공구 라방을 진행하는 슈블리맘, 신령님 말씀을 전하는 백두장군 역시 시청자들이 어디선가 봤음 직한 인물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놓은 것 같다. '인간 복사기'라 불릴 만하다.
유명인을 성대모사하는 연예인은 많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의 특성을 집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개그로 승화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카드
그녀의 그런 남다른 끼와 실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향적인 나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수지는 내향인이었다.
한 신문사의 인터뷰에서 MBTI가 INFP라고 밝힌 이수지는 식당에서 김치를 더 달라는 말을 못 해 함께 간 엄마를 쿡쿡 찔렀다고 한다. 일상에서는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코미윈도우7 인터넷
디를 통해 하고 있다는 그녀.
그녀의 강력한 무기를 나는 '남다른 관찰력'에서 찾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조선족 보이스피싱범 '린자오밍'을 만들어낸 것이 KBS 앞에 있는 김밥집의 조선동포 이모님이라고 했다. 반찬 더 달라는 말은 못 해도 눈과 귀로는 상대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관찰했던 것이다.
내향인은 타고난형
관찰자다.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에는 서툴지만, 대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돌려 가며 오래도록 관찰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머릿속, 마음속은 누구보다 더 시끄럽게 독백하고 있다. 따라서 내향인의 뇌는 쉴 틈이 없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말하는 입장이기보다는 듣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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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 황보현씨는 끊임없는 궁리가 논리와 결합하면 창의로 이어진다고 했다. 시끄러운 고독을 즐기는 동안 내향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궁리가 일어난다. 따라서 내향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창의력이 폭발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 심리학자들이 '창의적 잠복기'라 부르는 이 시간이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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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마련한 출간 축하 파티 글 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강력한 나만의 무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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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정
나는 6년째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다. 작년에는 교육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책 <다시, 학교에 갑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세 편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데, 가장 많은 영감이 농협캐피탈직장인대출
떠오를 때는 샤워할 때다.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를 복기하거나 보고 들었던 장면을 다시 떠올린다.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고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 그 많은 자극들 중 무엇을 골라 글로 엮을지, 어떻게 쓸지를 궁리한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이던 다양한 자극들이 어떤 지점에서 부산저축은행비대위
엮이며 스파크를 발생시킬 때면,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을 뛰쳐나갔다는 아르키메데스가 된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글은 글로 그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더 면밀한 관찰자가 되고 어떤 강한 자극이나 사회적 압박이 와도 내 안에서 한참을 갖고 노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윽고 글로 정리된 생각은 절제된 말로 이어진다. 적은 말로도 깊이 있는 이공계 대학원 장학금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다. 이혼을 언급할 정도로 서로를 모진 말로 할퀴었다. 우리의 앞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때, 글을 썼다. 날카롭던 눈빛을 거두고 남편을 관찰했다. 남편의 말을 활자로 옮겨 적었고 그의 표정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남편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고 하마터면 입 밖으로 뱉을 뻔했던 험한 말까지 적어보았다. 그렇게 탄생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글로 마주하는 그와 나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정리되지 않고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이 세밀한 관찰과 농밀한 숙고를 거쳐 누군가에게는 개그로, 또 누군가에게는 글로 탄생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슴까지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처럼, 아무리 조용한 사람이라도 꺼내지 못한 생각, 전하지 못한 말은 한가득이다.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함구를 선택했던 이야기를 표현할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향인이지만 세상과 소통할 원숙한 스킬 하나, 고난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기술 하나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 group 》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 https://omn.kr/group/intro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