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의 퍼스펙티브] 프랑스식 평준화보다 영미식 자율성으로 파괴적 혁신을
[김현철의 퍼스펙티브] 프랑스식 평준화보다 영미식 자율성으로 파괴적 혁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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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
나는 지난 12년간 미국 코넬대와 홍콩과기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동안 세계 최상위 대학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보고 경험했다. 그 바탕 위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 현실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안하고자 한다.
이 구상은 경희대 김종영 교수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미국모기지상품
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구상은 두 가지다. 첫째, 9개 거점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것. 둘째, 대학명을 ‘한국 1대’ ‘한국 2대’ 식으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는 연간 1인당 교육비가 약 6059만원. 지방 거점대학은 평균 2450만원이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년 3조원 이상을 투대형카드사
입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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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연구엔 탁월한 인재 필요 구조개편 없이 예산만으론 부족
국립대엔 혁신적인 별도 단과대 사립대는 ‘코넬식’ 공공 단과대를
첨단연구·기술혁신 성공 비결은 자율, 선택과 집중, 풍부한 재정 」
지방 소멸에 대응하고 대학 서열화우체국 예금담보대출
를 완화하겠다는 방향엔 공감한다. 다만, 정상급 연구중심대학은 단순한 예산 투입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탁월한 연구에는 탁월한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 교수의 책도, 정부의 구상도 서울대 수준의 연구 인재를 확보할 구체적 해법은 빠져 있다. 거점 국립대의 낮은 순위는 교수진의 부족한 연구 역량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 이 상황에서 단순한 재정 확대만으카드사
로는 세계 수준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 10개? KAIST 10개 만들기! KAIST·포스텍·UNIST는 처음부터 비전·조직·인력을 새로 짜고 재정과 인재를 동시에 확보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제2의 서울대’를 만들려면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기존 국립대 틀을 그대로 둔 채 예산만신협저축은행
늘린다고 바뀌지 않는다.
이 정책을 구상한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UC버클리, UCLA 같은 주립대와 스탠퍼드·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같은 사립대가 함께 경쟁한다. 이 다극적 경쟁 구조가 세계 최고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반면교사도 있다. 뉴욕주는 SUNY 시스템주택공급신청서
을 주 전역에 걸쳐 확장했지만,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대학으로 인정받는 곳은 없다. 버펄로, 알바니, 빙햄턴 모두 세계 대학 순위 300위권 밖이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지 않으면, 그 투자는 헛돈이 된다.
베이징·칭화대 모델 벤치마킹을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려면, 탁월한 인재 유치를 위한 파격적 처우가 필주부개인급전
요하다. 기존 호봉제 틀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해법은 기존 체제 보완이 아닌, 새로운 조직을 따로 설계하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팀을 별도로 두듯, 대학도 자율성과 성과 중심 문화를 갖춘 단과대학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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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경제학과는 마르크스 전통 교수들이 중심이었다. 연구 역량은 낮았다. 인재 몇 명을 영입한다고 바뀔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존 조직은 그대로 두고, 2008년 국가발전대학(NSD)을 별도로 신설했다. 고임금, 연구 자율성, 성과 중심 보수 체계로 운영했다. 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상공인지원센터
칭화대 정보융합학원도 같은 방식이다. 미국의 석학 앤드루 야오를 직접 영입해 기존 학과 체제에선 불가능했던 교육과 연구 혁신을 실현했다. 영어 중심의 소수정예 학부 과정(Yao Class), 자율적 운영, 성과 기반 인사 체계. 모두 별도 조직이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서 배출된 인재들이 오늘날 중국의 인공지능(AI) 혁신을 이끌고 있다. 주택모기지
거점국립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내부에 완전히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작은 서울대’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코넬대 모델: 사립대의 공공 단과대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서울대학교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의 큰 한계는 사립대를 고등교육 체계에서 소외시킨다는 점이다. 서울대 중심 구조를 깨기 위해선 국립대만 키워서는 부족하다. 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 같은 상위 사립대학들도 서울대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국립대에 서울대의 70%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기존의 서열 구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실질적인 변화는 상위 사립대의 도약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홍콩은 좋은 참고 사례다. 홍콩대, 홍콩과기대, 중문대 세 곳이 비슷한 위상에서 경쟁하며, 도시 전체의 학술 생태계를 견인한다. 이런 다극적 경쟁 구조가 한국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립대에 정부 재정을 전략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공 계약 단과대학’ 모델을 제안한다. 예컨대 코넬대학교는 사립대이면서도 뉴욕주 법에 따라 농업생명, 인간생태학, 노동관계, 수의학 등 네 개 단과대학을 ‘계약 대학’ 형태로 운영한다. 이들 단과대학은 주 정부 예산을 받지만, 사립대의 자율성과 연구 역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한국도 이 모델을 참고해 사립대 내에 전략 분야 중심의 공공 단과대학을 설계할 수 있다. 국립대를 새로 키우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들고, 사립대에는 명성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코넬은 이 모델을 더욱 확장해 2011년 뉴욕시와 함께 ‘코넬 테크 캠퍼스’를 설립했다. 뉴욕시는 로즈벨트섬 시유지와 1억 달러를 제공했고, 캠퍼스는 데이터 과학, 창업, 도시문제 해결 등 전략 분야에 특화된 도시형 혁신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 실리콘밸리에 대응하는 글로벌 기술 교육 허브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처럼 사립대의 유연성과 공공 재원의 전략적 결합은 고등교육 개혁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가 역할을 분담하며 다극 체제를 구축할 때, 비로소 서울대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실질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프랑스 평준화 vs 영미권 자율성 ‘서울대 10개’ 프로젝트는 국립대를 ‘1대’ ‘2대’처럼 명명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프랑스식 모델과 유사하다. 프랑스는 그랑제콜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합대학의 수준을 균등하게 맞춘다. 전형적인 평준화 구조다.
그러나 이 체계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첨단 연구와 기술혁신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 QS 2025 세계 대학 순위에서 프랑스 대학 중 상위 100위에 든 곳은 4개뿐이다. 한국도 서울대, KAIST, 연세대, 고려대 등 4곳에 그친다. 반면 영미권 대학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상위 100개 중 70% 이상이 미국·영국 대학이다.
세상을 바꾸는 연구도 대부분 이들 대학에서 나온다. AI, 반도체, 알고리즘 등 파괴적 혁신의 출발점도 영미권 대학이다. GPT 모델은 버클리와 스탠퍼드 출신 연구자들이 주도한 OpenAI에서 개발됐다. 옥스퍼드는 딥마인드의 핵심 인재 배출처이며, 알파고 개발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학들의 공통점은 자율성, 선택과 집중, 그리고 풍부한 재정이다. 대학이 운영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인재와 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어야 성과가 나온다.
‘재정은 넉넉히, 간섭은 최소’가 핵심 대학이 살아야 인재가 자라고, 나라가 산다. 연구중심 최상위 대학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단순하다. 재정은 넉넉히, 간섭은 최소로.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모든 대학에 과도한 자율을 줄 수는 없겠지만 상위권 대학엔 자율과 책임을 맡겨야 한다. 스스로 경쟁하고 성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등록금은 15년째 묶여 있다. 정부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등록금은 충분히 올리고, 저소득층 장학금은 늘리자는 상식적 해법은 무시됐다. 입학 정원, 등록금, 학사 운영까지 모두 정부가 통제한다. 자율은 없다. 껍데기뿐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혁신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세계 최상위 대학은 다르다. 기부금, 자산, 연구수익 등으로 자립한다. 하버드가 대표적이다. 하버드는 8조원 예산의 40%를 기부금 투자 수익으로 충당한다. 정부 지원은 25%에 불과하다. 한국은 다르다. 서울대는 정부 지원 의존도가 약 40%에 이른다. 연세대·고려대는 등록금 수입이 50~60%지만, 사실상 인상 권한도 없다. 기부금 수입은 미미하다. 재정 자율이 없으니 정책 자율도 없다.
트럼프 정부가 연구비를 끊겠다고 했을 때, 하버드 총장 앨런 가버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정부도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고용하며, 어떤 연구를 할지 결정해선 안 된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정 독립과 제도적 자율성에 있었다.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교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보조금 철회 조치를 ‘대학 길들이기’로 규정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학에는 또 하나의 역할이 있다. 바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에 종속된 대학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도 그랬다. 트럼프에 공개적으로 맞선 곳은 하버드 대학뿐이었다. 다른 대학은 침묵했다. 재정이 약하고, 정부 의존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바꿔야 한다. 국가는 대학에 투자하되, 간섭은 거둬야 한다. 규제 대신 신뢰를, 통제 대신 자율과 책임을 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미래를 이끌고, 민주주의의 방파제로 설 수 있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